‘미남으로만 소비되고 싶지 않은 배우가 보여주고 싶은 점을 알면서도.
한국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87) 연출가가 1969년부터 2019년까지 꼬박 50년을 무대에 올린 극단 산울림의 히트작이다.1500회 넘게 공연하며 22만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끝내 고도는 오지 않고 그저 기다림만 계속되는 상태에서 극은 끝난다.얼핏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마침내 습관이 돼버리는 짓거리를 하면서 말이야(블라디미르-박근형) 등의 대사가 시의 한 구절처럼 마음을 때렸다.박정자 배우(왼쪽부터)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처음으로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선다.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작품이1969년 대성공을 거둔 데는 임영웅 선생의 충실한 작품 해석 덕도 크지만.
이번 공연은 새로운 제작사.
임영웅 선생의 부인이자 불문학자인 오증자(86)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무대 언어로 가장 잘 어울리게 옮겨놓은 번역본이다.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서로 의미 없는 욕지거리를 해대고 나무에 목을 매려 하다가도 끈이 없다 핑계를 대는 주인공들에게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끝내 고도는 오지 않고 그저 기다림만 계속되는 상태에서 극은 끝난다.오랜 기다림이란 인간의 숙명을 형상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포조와 럭키를 만나는데.이지영 논설위원 jylee@joongang.